하나님 앞에서 부르는 탄식의 노래
1. 제목
영어 성경을 읽는 독자들은 애가(Lamentation)라는 제목을 통해 이 책을 이해한다. 따라서 이 책의 제목은 문학 양식을 설명하고 표현하는 다른 성경 제목들을 따른다(신명기, 역대기, 시편, 잠언, 아가, 사도행전, 요한계시록).
영어 제목은 고대 역본과 초기 해석자에게 유래한다. 고대에는 이 책을 첫 히브리어 단어 그대로 ‘애카‘(어떻게, 개역개정판은 “슬프다”)라고 불렀다. 라삐들은 이 책을 ’키노트’라고 불렀고, 70인역은 이 책에 ‘트레니’라는 제목을 붙였으며, 불가타역은 ‘라멘타‘라고 불렀다. 모두 ’탄식시‘를 의미한다.
2. 문학양식
예레미야애가의 시인은 예루살렘 파괴로 인해 고난받는 생존자의 눈높이에서 말하는데, 예루살렘 파괴는 탄식으로 이어지는 불평의 직접적 원인이다. 페리스(Paul. W. Ferris)는 예레미야애가를 특히 시편의 공동체 탄식시와 연결시킨다. 그는 이런 시편의 사례 약 20개를 찾아내는데, 그중 일부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특히 전쟁에서 패배한 백성의 절망을 표현하는 다섯 편은 적절하다.
예레미야애가가 공동체 탄식시라는 정의는 유효하다. 시인이 직접 자신의 음성으로든, 혹은 처녀 딸 시온의 음성으로든(1,2장), 혹은 ’고난의 남자‘의 음성으로든(3장), 종종 한개인의 음성으로 말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시인은 4,5장에서만 1인칭 복수(우리)로 말한다. 이러한 개별적인 음성이 공동체를 대신하여 말한다. 처녀 딸과 ‘고난의 남자‘는 파괴 후 생존자들의 의인화이다.
따라서 예레미야애가는 예루살렘 성의 파괴 상황에서 드리는 공동체 탄식시로 가장 잘 설명된다. 이 책은 그러한 파괴 생존자들의 고통과 고난, 실망, 분노를 표현한다. 지배적인 어조는 아니지만, 이 책은 또한 생존자들의 죄책과 소망도 표현한다. 그들은 하나님이나 인간 대리인을 비난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신을 비난하면서 하나님이 구원해 주실 것을 소망한다. 사실 불평과 고백, 회유, 인내, 부르짖음, 절규를 종합하여, 그들은 하나님을 부추겨 그분이 자신들을 위해 행동하시기를 바란다.
3. 문학적 특징
예레미야애가의 저자는 강렬하고, 생생하고, 애달픈 시를 썼다. 예레미야애가는 히브리 시의 모든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주는데, 거기에는 간결하게 작성된 시구들이 묶여 평행법을 이루는 것과 인상적인 이미지 사용이 포함된다. 이미지 측면에서 볼때, 한가지 시적 전략이 특히 두드러진다. 곧 의인화다. 1장은 남편을 여의고 버림받은 처녀 딸 예루살렘의 은유를 제시하는 반면, 3장에서 하나님의 백성은 새로이 고난의 남자로 의인화된다.
아마 예레미야애가의 가장 놀라운 문학적 특징은 ’아크로스틱‘(acrostic, 각 행의 첫 글자를 연결하면 단어나 문장이 되는 글) 양식의 사용일 것이다. 본문을 영어로 읽는 사람들도 각 장의 절수에서 흥미로운 균형을 주목할 수 있다. 1장과 2장, 4장, 5장은 각각 22절이고, 유일한 예외인 3장은 66절이다(22의 배수). 히브리어의 기초를 아는 사람은 히브리어 알파벳에 22개 문자가 있음을 알고, 고대의 히브리 문학 관습을 알고 있는 사람은 시인이 가끔 이른바 아크로스틱 기법을 사용하여 시를 구상하고 작성한다는 사실을 안다.
예레미야애가의 다섯 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는 아크로스틱 양식의 비대칭적 사용을 관찰할 수 있다. 1장에서는 22절이 각각 연이은 문자로 시작한다. 2장은 1장과 비슷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3장은 이패턴에서 벗어나 66절로 이루어지는데, 이번에는 한 문자가 세 절씩 그룹을 이루고 각 절이 훨씬 짧다. 가령 1-3절의 첫 단어는 히브리어 알파벳 첫 문자인 ’알레프’로 시작하고, 4-6절의 첫 단어는 둘째 알파벳 문자인 ‘베트‘로 시작하면서 모든 알파벳이 나온다. 4장은 처음 두 장의 패턴으로 돌아온다(각 절은 연이은 문자로 시작한다). 그런데 가장 놀라운 것은 5장이다. 이 마지막 장에는 다시 22절이 있지만, 이번에는 예상과 반대로 첫 문자에 어떤 패턴도 없다.
아크로스틱을 설명하기는 쉽지만, 그 존재 이유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이 양식은 의미가 있는가? 나는 여기서 의미가 양식을 따른다고 주장했다. 그 시의 주제는 강이 마르고 산이 흔들리며 비옥한 땅이 메마르는 것이다. 시적으로 아크로스틱의 중단은 이런 혼란을 반영한다. 5장에서 깨어진 아크로시틱의 시적 효과는 동일한 목적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3장의 이례적인 길이와 더 정교한 아크로스틱은 이 책 중간으로 우리의 관심을 돌려, 거기서 단 하나의 분명한 희망의 메시지를 찾는 데 일조한다. 우리는 예레미야서 역시 본문 중간에서(30-33장) 소망의 분위기를 표명한다는 사실을 주목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
댓글 쓰기